편의점은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평온했다.
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은 40대 중반의 남자였다.
배가 적당히 나온 인상좋은 노총각이다.
항상 손님들에게 친절했고, 말투도 부드러웠다.
밝은 성격이어서 주변 사람들과도
제법 친하게 잘 지내는 편이었다.
스스로를 평범하고 무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이었다.
땡그르르르~~~
가게 문 종소리가 들렸다.
30대 중반의 한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는 곧장 사장이 있는 카운터로 걸어왔다.
"혹시 알바 안 구하시나요?"
갑작스러운 그녀의 질문에 사장은 당황해했다.
여성은 30대 중반으로 보였고
단정한 차림에 꽤 아름다운 미모였다.
노총각인 사장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이성적인 끌림이라기 보다는
오랜 시간 여성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노총각이기 때문이었다.
"아니요, 지금은 채용계획이 없습니다".
사장은 거절을 하였지만 여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간절함이 베어 있었다.
재차 그녀는 부탁을 하였고
마치 사정을 하는듯한 목소리였다.
마음씨 좋은 사장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선의를 베푼다는 심정이었다.
내일부터 나오라며, 이력서를 가져오라고 했다.
여성의 나이는 34세이고 5살 아들이 있었다.
남편은 없었고 편의점과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가져온 이력서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여자는 절박함 때문인지 유난히 성실했다.
계산, 진열, 청소 어느것 하나 빠짐없이 척척 해냈고,
일머리도 좋아서 실수도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측은한 마음이었다.
사장은 그녀에게 특별히 관심을 두었고 잘해주었다.
함께 커피를 마시기도 하였고
편의점 음식으로 같이 식사도 하였다.
여자는 점점 편의점에 적응이 되어 갔고
처음에 만났을 때의 절박하고 건조한 눈빛은 사라졌다.
이제는 제법 생기 있고 얼굴에는 미소가 띠기 시작했다.
그녀의 웃는 얼굴은 정말 연예인 못지 않게 빛났다.
사장은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았다.
퇴근 후 가볍게 술한잔을 하기도 하였고
서로 개인적인 말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수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남자로서의 욕망이 커질수록
사장은 점점 그녀를 갖고 싶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일을 마치고 술자리를 가졌던 어느 날.
평소와는 다르게 둘 다 술을 과하게 마셨고
분위기는 흐릿해졌다.
둘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여자는 모텔에 가자는 사장의 요구에
여러 번 거절을 하였고
그럴 때마다 사장의 태도는 더 거칠어졌다.
또한 혹시라도 편의점에서 잘릴 수 있다는
불안감은 그녀가 끝까지 거절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날 이후로 사장은 더욱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스킨십을 하였다.
편의점에서 일을 할 때도
슬쩍 허리를 감싸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듯
몸 여기저기를 만지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전부였다.

"아이 키우면 돈 많이 들지?"
걱정과 같은 그 말은 사실상 족쇄였다.
그녀는 점점 더 그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
관계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모텔에서도 편의점에서도 심지어
사장이 살고 있는 집에서도 관계를 가졌다.
그녀를 처음 봤을 당시의 측은한 마음은
이제 사장의 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힘없고 돈 없는 애가 딸린 여자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거만함과
성적 욕망만이 그를 채우고 있었다.
사장은 점점 인간성을 잃어갔고
여자는 현재의 상황에 점점 길들여지고 있었다.
그럴수록 여자는 다시 미소를 잃었고
처음의 그 절박하고 핏기 없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럴수록 사장은 점점 살이 붙었고,
얼굴은 점점 개기름이 번져갔다.
어느 날 여자는 갑자기 사라졌다.
일주일 동안 편의점에 나오지 않았다.
사장은 걱정보다는 짜증이 먼저 났다.
마치 자신의 물건이 하나 없어진 것처럼
불쾌해했다.
그는 이력서에 있는 주소로 찾아갔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때마침 한 아주머니가 지나갔고
이사 갔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사장은 또다시 혼자 욕지거리를 하였고 짜증을 냈다.
불과 3개월.
이 짧은 시간 동안 사장은 너무나 변해있었다.
마음도 몸도 모두 욕심과 욕정으로
가득 찬 사람이 되어 버렸다.
다시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그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허공에 연기를 내뿜으며 생각했다.
채용사이트에 새 알바 공고를 올릴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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