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라는 것은
장기나 바둑과 비슷해서
내가 하나를 두면
그다음에는 상대방이 하나를 두어야 한다.
성격이 급하다고 해서
게임을 이기고 싶다고 해서
상대방이 한 번을 두었는데
내가 두 번을 둘 수는 없다.
대화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번 하면
그다음에는 상대방이 말을 해야 한다.
상대방이 말을 하는 동안
나는 들어야 한다.
장기에서 '장군'을 외치면
'멍군'으로 받아치듯이
나의 말이 끝나면
그다음에는 들을 차례이다.
사람들은 게임의 룰은 잘 알지만
대화의 룰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니 알지만
실천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가장 잘 안되는 것이 '잘라먹기'이다.
내가 질문을 하고 상대방이 대답을 하는데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자신의 궁금증이 해소가 됐다고 판단을 하면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 중간에도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상대방의 말을 자르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무례하며
대화의 룰을 깨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어쩌면 바쁜 현대 사회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문제이다.
바쁜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똑같다.
하지만 누구는
상대방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지만
누구는 중간에 말을 잘라먹는다.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 싶으면
그 뒷말은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을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듣고 싶은 얘기만 듣게 되고
독선, 독단과 같이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버리게 된다.
끝까지 듣는 태도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인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말이 참 조심스럽다.
말을 하고 나면 후회할 때가 많다.
더 좋게 말할 수 있었는데.
좀 더 상냥하게 말을 할걸 그랬어.
말과 함께 듣는 것도 참 조심스럽다.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주었는지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자르지는 않았는지.
듣는 것도 진심으로 잘 들어야 한다.
진심이 없다면
그 대화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안 하는 게 맞다.
서로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
상대방의 얘기를 들을 때에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서 들어야 한다.
장기와 바둑에서처럼
대화는 너 한번 내 한 번이다.
남의 얘기를 더 잘 듣고
그다음에 나의 얘기를 신중히 하는 게
대화를 잘 이어갈 수 있는
대화의 룰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