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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일진과 배려 수포

by shworld 202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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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가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기분 좋게 준비한다.

오늘은 별일 없기를,
무사히 넘어가기를,
일이 잘 되기를,
좋은 일이 생기기를,,,

집을 나설 때
엄청난 희망에 부푼 모습은 아닐지라도
나름 긍정적이고 좋은 하루를 바란다.

나 역시 오늘 하루 집을 나설 때는
깨끗한 스케치북에 뭘 그려 넣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으로 나간다.
하지만 나의 이런 부푼 기대감은
불과 몇 분을 가지 못하고 수포로 돌아간다. 

 

 


출근 시간도 아닌 점심시간인데

버스는 이미 사람들로 붐비고

마땅히 앉을자리도 없다.
1인석 자리는 이미 다 찼고
2인석에는 한 사람씩 앉아있다.
한 곳을 정해 앉으려고 다가갔는데
이미 앉아있던 젊은 여자는 다리를

빈자석 쪽으로 꼬고 앉았다. 

앉기가 불편하고 

말을 해서 다리를 치워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험한 세상에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몰라

포기해 버렸다. 

생각이 있고 배려가 있는 사람이면

옆에 누가 앉으려고 할 때

이미 다리를 풀고 옆좌석에 앉을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 앉았을 것이다. 

말 안해도 모르는 것은

굳이 말한다고 해서 잘 되지는 않더라. 

 

20대 초 젊은 여성이지만 배려라고는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내가 그 자리를 지나가자
그 여자는 한술 더 떠 창가 쪽에서
통로 쪽으로 아예 자리를 옮겼다.
앉지 말라는 신호인것이다. 
난 그 여자의 뒤에 뒤에 앉았다.
그래서 그 젊은 여자 뒤통수를
윈 없이 쏘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번의 스트레스를
꾹꾹 참아 넘겼다.
역시 집밖은 위험하다. 


그렇게 가고 있는데

노인 한분이 버스에 탔다.
처음엔 버스 앞쪽에 서 있었는데
어느새 내가 앉은 뒤쪽까지 와서 섰다. 
덩치는 웬만한 20대 남성보다 크다. 
난 괜히 신경이 쓰인다.
무지 착하지는 않지만
괜히 내 근처에 나이 든 노인이 있으니

마음이 무겁다.
그 주변으로 20대 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나름 부럽기도 하다.

나만 전전긍긍하는 모습인 것 같다. 

 

 



나는 목적지는 아니지만
자리도 양보할 겸
일찍 내려서 환승하기로 했다.
내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 노인은 좁은 통로를

비켜줄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보통의 경우 누군가 버스에서 내릴 경우
통로에 서 있으면 최대한 몸을 앞으로 당겨
지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노인이 날 못 본 건가 싶어
내린다고 말을 했다
그제야 앞으로 살짝 당겨주는데
너무 살짝만 당겨 지나갈 수가 없다.

그게 당긴 건지 아닌지 구분도 안 갈 정도다.
한동안 가만히 섰다.
하.... 왜 이러는 걸까.
당신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려고 내리는 건데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나의 배려가 물거품으로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미쳤다고 자리를 양보하려 한 건지
정말 후회가 되는 순간이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난 그 비좁은 틈을 겨우겨우
비집고 들어가 통로를 빠져나왔다.
하차문 앞에 서서 그 노인을 쳐다봤다. 
역시나 내가 앉은자리에 야무지게 앉아있다.

그렇게 앉을거면

내가 편히 내리도록

좀 협조해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처음에 앉으려고 했던
20대 초 그 여자도 쳐다봤다.
영상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난 집을 나와 단지 버스를 탔을 뿐인데
그 짧은 15분~20분 동안 벌써 지쳐버렸다.
어떻게 사람들이 그럴 수 있는 건지.
사람이 옆에 앉으려고 하면
편히 앉을 수 있게 자리를 비워주고, 
누가 내린다고 하면 잘 지나갈 수 있도록
몸을 당겨주는 것이 일반 상식이다.

그 이후 오늘의 다른 일도 계속 꼬였다.
잡았던 일은 취소가 되었고,
주차장 영수증은 나오지 않았고,
자주 먹던 돼지국밥은 오늘따라 양이 적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일이 꼬이고
잘 풀리지 않는다.
배려를 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그게 독이 되어 스트레스를 받으니
그 기분이 정말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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