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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명백한 거짓말

by shworld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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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준 것이 아닌데 그것을 내가 준 것이 맞다고 우긴다. 다른 것을 들고 와서는 이것이라고 우긴다. 심지어 똑같은 두 짝을 들고 와서는 하나는 네가 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래 있던 것이라고 우긴다. 똑같은 글자에 똑같은 브랜드가 명확히 새겨져 있는 두 짝인데도 이것은 다른 것이라고 우긴다. 너무나 명백한 이 거짓말을 계속 우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을 우긴다고 득이 되는 것이 하나 없지 않나. 내가 사준 것을 버렸다는 것을 며칠 전 통화에서 은연중에 말을 했기에 이미 알고 있다. 항상 아까워할 줄 모르고 당장 필요가 없으면 버리고 또 당장 필요가 있으면 사고야 마는 그 소비습관을 지적하려는 것이 못내 싫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명백한 거짓말을 계속 우기는 것은 나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평상시 나의 모습이 그렇게나 바보 천치로 보였나 스스로 생각해 본다. 내가 그 정도로까지 바보처럼 비춰진건가. 솔직한 사람이었으면. 당신의 문제를 진심으로 바로 보고 그것을 회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남들처럼만 딱 그 정도만 책임을 지는 사람이었으면. 그랬으면 그런 거짓말도 지금처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들의 충고를 진심으로 들었다면 지금처럼 외롭지도 않았을 것이다. 남은 건 나 하나라는 것을 알기에 나 또한 외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짧은 만남도 그 짧은 대화도 몇 십 년을 쌓아놓은 관계의 퇴적 앞에서는 정신적 폐허가 되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욕심이다. 모든 것은 욕심에서 비롯된다. 상대는 원하지 않지만 그렇게 해야만 본인의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상대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상시에 누군가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도움이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은 아는지 알 필요가 있다. 실제로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그 도움을 받는 장애인은 그런 도움이 싫다고 어느 언론에서 말한 바가 있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도움이나 시선이 아닌 아무렇지 않은 그 어떠한 특별한 시선이나 도움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그냥 지나쳐주기를 원한다고 한다. 모든 것이 본인의 생각이고 본인의 욕심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좋아하겠지 이렇게 하면 도움이 되는 거겠지.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관계라는 것은 맺고 끝나기 마련이다. 영원한 관계라는 것은 없다. 친구의 사이도 부부의 사이도 연인의 사이도 모든 관계가 그렇다. 이 관계는 본인의 의지가 반영이 되는 관계이다. 좋아서 친구가 됐다가 싫어지면 친구의 관계가 깨어진다. 연인도 그렇고 부부도 그렇다.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나의 의지대로 이 관계를 청산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관계가 있다. 바로 가족이다. 그런 면에서 가족이라는 것은 너무나 일방적인 관계이다. 또한 법적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절대적으로 일방적인 관계이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원해서 만들어진 관계가 아니다. 태어나보니 나의 부모가 결정이 되어 있고 태어나 보니 옆에 이미 형제가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원해서 만든 관계일 것이다. 자식은 내가 원하지도 않았고 내가 깰 수도 없다. 부모의 입장은 내가 원했지만 내가 깰 수는 없다. 부모든 자식이든 이 관계를 깰 수가 없다는 것이 너무나 절대적이지 않나. 호적에서 판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정말로 내가 원하면 관계 청산을 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어느 유명 연예인의 죽음이 있었는데 이제껏 나 몰라라 어미로서 해준 것 하나 없다가 유산을 받겠다고 법적으로 어미이기에 법적으로 상속이 가능하다고 한다. 깰 수 없는 이 관계로 인해서 너무나 억울한 사람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가족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어느 나라보다도 강하다. 그리고 가족이기에 모든 것이 용서가 되고 모든 것이 공동소유라는 인식이 당연시된다. 여기에는 부모 자식의 개념이 없다. 부모의 재산이 자식의 재산이고 또는 자식이 잘 살면 부모는 자식의 재산은 곧 나의 재산이라는 생각을 당연시한다.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사고가 아닌가. 원해서 만들어진 관계도 아닌데 마치 그 누구보다도 원해서 만들어진 관계인 것처럼 챙겨야 하고 돌봐줘야 하는 관계가 가족이다. 그런 생각이 사회적으로 절대적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가족도 그렇게 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범적인 가족에서 벗어난다. 사회적인 무언의 압박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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