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을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의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버튼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보며 기다렸다.
내가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는 9층에 있었고
내 앞에 20대로 보이는 이쁜 젊은 커플이 있었다.
그리고 내 주변으로 몇 명이 더 기다리고 있었다.
옆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런데 올라가는 불이 깜빡이고 있었다.
분명 내가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가려는 사람들은 옆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내 앞에 있는 커플도 옆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사람이 많은지 걸음을 멈추었다.
올라가려는 사람이구나 생각을 했다.
뭔가 기분이 찜찜하고 이상했다.
다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보았다.
휴대폰을 보면서도 수시로 버튼 있는 곳을 주시했다.
그런데 내 앞에 있는 커플 중 남자가
다시 버튼을 눌러 해지시키는 것이 아닌가.
순간 너무나 당황하고 황당했다.
아니 왜 남이 눌러놓은 것을 다시 눌러 해지시키는 걸까.
순간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했다.
잘 못 누른 건가 잠시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그 남자 얼굴을 주시했다.
'뭐... 이런 놈이 있지'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 젊은 남자가 내 쪽을 바라본다.
얼굴은 20대 초 앳된 얼굴이고 잘 생긴 호남형이었다.
옆에 젊은 여자도 예쁜 외모에 착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둘 다 겉으로는 선남선녀에 참 착한 모습이었다.
눈이 마주쳤고 내가 눈으로 말을 걸었다.
'왜 남이 누른 버튼을 다시 눌러 해지시킨 거냐?'
젊은 남자가 나를 계속 노려본다.
눈으로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는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욕하는 건가...'
"왜 내가 누른 버튼을 해지하나요?"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나이가 한참이나 젊어도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서 물었다.
"내가 먼저 왔고, 난 올라가는 방향입니다".
남자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순간 이게 무슨 말인지 곧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본인이 먼저 와서 먼저 올라가야 한다는 말인가요?"
다시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우와!!!!!!쉣. 왓 더 fxxx'
이게 무슨 개코 호랑말코 말미잘 같은 소리인지.
엘리베이터는 선착순이 아니잖아.
내려가는 사람은 내려가는 방향으로 타고
올라가는 사람은 올라가는 방향으로 타면 되는 건데.
먼저 온 사람이 방향 선택권을 가진단 말인가?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와....
"엘리베이터 앞에 먼저 도착했다고,
내려가야 하는 사람을 못 내려가게 버튼을 해지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데요".
다시 물었다.
"내가 먼저 엘리베이터에 왔으니 먼저 탈 권리가 있는 거죠.
당신이 내려가는 버튼을 눌러 당신이 먼저 타는 것은
일종의 새치기 아닌가요?"
"그럼 난 당신이 올라가고 나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는 말인가요?
엘리베이터가 선착순은 아니잖아요?"
"꼭 그렇지는 않지만 먼저 도착한 사람이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맞지 않나요?"
계속 대화를 해봐야 평행선만 달릴 것 같아서
알았다고 하고 그냥 타라고 했다.
잠시 후 그 커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고,
층수를 지켜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버스나 지하철 줄서기는 잘 하는데
그것을 엘리베이터에도 같은 논리로 적용을 할 수 있는 건가?
이럴 거면 차라리 올라만 가는 엘리베이터,
내려만 가는 엘리베이터를 따로 설치해 두어야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도 안 되고 답답하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드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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